초록의 눈부심으로 하늘빛이 시립니다.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유가 유난히도 그리운 계절에 《표현》 제75호 여름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생각하니 이번호에 담은 모든 글들이 더욱 윤이 납니다.
《表現》은 1979년 12월 31일에 시, 소설, 수필, 문학, 평론을 수용한 반년 간 무크지 형태의 종합지로 창간호를 발행했습니다. 조선 기록문화의 중심지로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전주에서 《表現》은 반세기를 향해 묵묵히 걸으면서 한국문단의 다양한 목소리를 표현함으로써 이제 역사가 되었습니다.
‘문예지는 시대를 읽는 표상’입니다. 《表現》은 전주의 옛 지명인 ‘완산’에서 출판된 ‘완판본’과 전라감영에서 발간한 ‘완영본’ 그리고 민간에서 발간한 ‘방각본’의 가치를 계승할 것입니다.
청대의 시인 대희戴熙의 <제화죽題畵竹>입니다.
雨後龍孫長(우후용손장) 비 온 뒤 용손이 크게 자라
風前鳳尾搖(풍전봉미요) 바람 불어 봉미가 산들거리네
心虛根底固(심허근저고) 속은 비어있고 뿌리는 단단하니
指日定干宵(지일정간소) 이제 곧 하늘에 닿으리라
속은 비었으나 단단한 뿌리로 지탱하여 하늘까지 크게 자라는 대나무를 일컫는 용손이나 봉미에서 오랜 시간동안 대한민국의 문단을 지켜온 《表現》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表現》은 표현입니다.
《表現》은 문학의 청청한 바람소리를 표현하는 무성한 대밭입니다.
오래오래 대한민국의 위대한 문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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