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겨울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으나 단풍 구경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좌우를 살피면서 조심조심하다 보니 어느새 ‘눈이 올 것 같은 해질녘’이 되었습니다. 만날 수 없음에 그리움만 쌓이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표현》 제77호를 발간합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귀한 원고를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하늘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더 풍성한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펜을 고쳐 잡아봅니다. 법정은 겨울 채비를 하면서 ‘기질적으로 미적지근한 날씨보다는 살갗이 얼얼한 쌀쌀한 날씨가 좋다. 내 삶에 긴장감이 돌기 때문이다.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아야 산중에서 사는 맛이 난다.’라고 했습니다.
당唐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눈이 오는 날의 초대장(問劉十九)>입니다.
綠蟻新醅酒(녹의신배주) 술이 익어 부글부글 괴어오르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화로엔 숯불이 벌겋네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눈이 올 것 같은 해질녘인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어찌 한 잔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표현》에 담근 술이 지금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거르지 않은 술(醅酒)을 함께 나눌 대한민국의 문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빗장 걸지 않은 대문이오니 언제라도 밀고 들어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