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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여름날에

민들레 시인 조미애 2022. 7. 29. 12:09

산과 들에 꽃이 피고 또 피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에 표현79호를 발간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말씀들과 함께 귀한 원고를 주신 문단 선후배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들을 보면서 좋은 글로써 더욱 풍성해지는 잡지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푸른 옷 바꿔 입을 때/ 흔들어 봐도 안 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넣고 걷다 보면황동규 시인의 <탁족濯足>에서처럼 '알맞게 사람 냄새'가 풍기는 '조금 덜 슴슴한' 곳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남송南宋 시인 범성대(范成大, 1126-1193)<성큼 다가온 여름(喜晴)>입니다.

 

窗間梅熟落蒂(창간매숙낙체) 창가에 매실 익어 열매 떨어지고

牆下筍成出林(장하순성출림) 담 아래 죽순 돋아 숲을 이루네

連雨不知春去(연우불지춘거) 연일 내리는 비에 봄 가는 줄 몰랐더니

一晴方覺夏深(일청방각하심) 날이 개이자 어느새 여름이 성큼

 

표현에 푸른 여름이 왔습니다. 흔들어 봐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 숲의 향기에 젖어 탁족하는 여름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열매를 맺는 나무에는 크고 작은 생명을 담은 귀한 씨앗들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