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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청명淸明해지면 천리天理가 밝게 드러나

민들레 시인 조미애 2022. 7. 29. 12:11

비가 내리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겨울이 들었습니다. 차갑고 시린 빛을 맞은 표현81호입니다. 잊지 않고 귀한 원고를 보내주신 은덕으로 신축년辛丑年 겨울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각이 되면 큰 바다를 향해 또 한 척의 배를 띄우는 심경입니다.

 

권근(權近,1352~1409)<배에서 사는 어느 노인과의 대화>라는 글에서 배라는 것은 고정되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라 어느 쪽이든 무게가 쏠리게 되면 자연히 기울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배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하고 또 배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게 내가 중심을 잡아 주면 배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풍랑이 거세더라도 배가 뒤집힐 염려가 없게 되지요. 풍랑이 아무리 거세다고 한들 어찌 내 마음의 평정까지 어지럽힐 수 있겠소?”라고 하여 삶의 철학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인 양만리(楊萬里 1127~1206)<庚子正月五日曉過大皐渡(새벽 나루터)>입니다.

 

무외강산간불현(霧外江山看不見) 안개 밖 강과 산은 보아도 보이지 않아

지빙계견인전촌(只憑鷄犬認前村) 닭울음 개 짖는 소리에 마을이 있음을 아네

도선만판상여설(渡船滿板霜如雪) 나루터 발판 가득 서리가 눈과 같아서

인아청혜제일흔(印我靑鞋第一痕) 내 신발 첫 자국이 그 위에 길을 내네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고 청량한 새벽 공기가 느껴집니다. ‘내 몸이 청명淸明해지면 천리天理가 밝게 드러나 보일 것이라는 신흠(申欽,1566~1628)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짚신(靑鞋)의 발자국이 표현겨울호에 좋은 글을 주신 대한민국 문인의 족적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