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차별대우를 할 수밖에
눈이 아프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다 되어간다. 내일 아침에는 문우들과 백마강일대 유람을 가기로 되어 있으니 이제라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잠을 청해야할 것 같다. 자정이 다 되어서 찾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세 시간을 서성인 셈이다.
대학 1학년 때 우리들은 ‘청석골’이라는 문학동아리를 조직했다. 그 해 가을 시화전을 열었는데 당시 조그만 책자를 전시유인물로 만들었다. 32절지 크기에 회원들의 작품을 모두 수록한 것으로 내게는 유일하게 한 권이 남아 있었다. 모두들 잠이 든 한밤중에 내가 찾고 있는 물건이 바로 그것이다.
잘 둔 것은 분명한데 왜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시집들을 꽂아 둔 책장에서 사이사이를 밀어가며 찾기도 하고, 아직 한 두어 권 남아 있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습작노트를 꺼내보기도 한다. 물건을 찾다가는 옛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얇고 작지만 정말 값진 흔적들이다.
조심스럽게 넘기는데 책 사이에 있던 종이로 만든 꽃이 눈에 뜨인다. 큰애가 유치원에 다닐 때 어버이날 내 가슴에 달아준 꽃이다. 이것이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색종이를 오려 풀로 붙이고 팔자로 리본을 달아 서툴지만 제법 쓴 글씨로 ‘부모님 고맙습니다.’ 라고 쓰여 있다. 문득 며칠 전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두 살 때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모가 재혼한 후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학생 이야기다. 아이 때문이었다고는 꼭 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고모는 시집도 가지 않은 채 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빠의 아이를 기르고 있는데….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학생들이 부모님께 쓴 편지봉투를 확인하다가, 담임선생님은 수신이 학생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근심이 되어 봉투를 열어 보았더니 그곳에는 빈 편지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선생님은 혹시 얘가 고모와 무슨 일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학생을 불러 오랜 시간 상담을 했다. 그런 후 학생은 세 장이나 되는 긴 편지를 금방 써 봉투에 넣었으며, 엊그제 팥죽이 먹고 싶다던 고모의 말을 기억하여 오늘은 팥죽 한 그릇을 포장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갔다고 한다.
학교에는 결손가정 아이들이 참 많다. 천애 고아는 아니라고 해도 복잡한 가정 형편으로 부모에 의해서 조부모 곁에 또는 친척집에 버려진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 까닭에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때로는 차별대우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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